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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병주의 확립없이 안보 없다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1-02-11 조회: 4,153

[다산칼럼]  국민개병주의 확립없이 안보 없다

한국경제 2월 11일자, A38면


올해 이후 경제운용을 포함한 국가운영과 사회통합의 최대 변수는 북한 리스크다. 그런데도 이 리스크의 본질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응할 우리의 자세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북한이 아무리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나라라고 하지만 경제력에서 적어도 50배 이상 되는 우리 남쪽이 북한의 전쟁 위협 앞에 이렇게 취약한 것은 우리 내부의 문제, 특히 정신적 패배주의나 의식에 그 근본 요인이 있다. 우리가 미국 등 우방과의 안보협력 체제를 굳건히 하고 압도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의 절대 우위를 유지하면서 정신적 패배의식에서 벗어난다면 북한 리스크는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

정부도 앞의 두 과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정신적 측면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 패배주의를 가져오는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개병주의(皆兵主義)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번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국가 최고안보회의 멤버 중 직업군인 출신인 국방장관을 제외하고는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며 이 회의를 보는 국민들의 느낌이나 의식은 어떨까?

병역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 애국심에만 호소하거나 법적 강제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한번은 군대에 갔다 온다'는 원칙이 비교적 예외 없이 지켜져 특히 나만이 당하는 불이익이 아니라는 사회적 공감이 넓게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다. 우리 같은 안보 상황에 있는 나라가 기회만 있으면 병역면제 사유를 확대해 왔다. 한편 병역미필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불이익은 별 것이 없어 정상적으로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 오히려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 한다'는 우리 헌법 제39조 2항 규정의 정신이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있고 국민개병주의는 누더기가 돼 온 것이다.

군의 의무복무 제도를 유지하겠다면 현재의 병역제도는 재검토돼야 한다. 그 기본방향은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군대를 갔다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은 설사 그럴 만한 사유가 있더라도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일정한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방향에 가장 적합하며 효과가 확실히 기대되는 방안으로 '병역 미필자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억울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인재를 공직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정말 군복무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체가 허약한 사람이라면 무정량의 복무의무를 요하는 공직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군복무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경제적 역할이 있어 면제를 받기 원한다면 이의 대가로 당사자가 공직에 나가는 것을 포기할 정도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국가도 원칙과 능률이 충돌할 때에는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 과거 4 · 19와 5 · 16 이후 병역미필자들을 공직에서 추방했을 때 당사자들은 군대를 빨리 갔다 오려고 별별 수단을 다 썼다. 그때 신체 허약 등을 이유로 병역을 계속 면제 받으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사실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국민개병주의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인식과 국민의식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이것이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에 대한 정신적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고 북한리스크에 대응하는 첫걸음이다. 우리나라의 2대 과제인 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사회의 통합은 북한리스크의 극복이란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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