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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시스템’ 신뢰 다질때다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0-12-24 조회: 2,129

세계경제가 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났다고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경제가 소비자와 제조업경기지수 등 몇 가지 지표의 개선을 바탕으로 완만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고 유럽과 일본경제 전망역시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한국경제는 선전(善戰)하고 있다.

기저(基底)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확실시되는 금년의 6%이상 성장이나 5% 수준의 내년 전망은 꽤 괜찮은 것이다.

 

세계가 경제의 회복 여부나 그 정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경기의 회복은 언젠가 오게 마련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금번 위기를 겪으면서 흐트러진 경제시스템에 대한 신뢰기반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금번 위기가 미국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위기 이후 시장경제시스템은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 비판적이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학자들의 주장이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고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주의 비판서인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서점의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른 것도 이런 현상의 일환이다. 우리정부가 제시한 ‘공정한 사회’와 ‘동반성장’이란 키워드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과연 금번 위기가 ‘시장경제시스템 자체의 실패’에서 초래된 것인가?

위기의 배경과 원인을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란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미국이 시장경제의 종주국이라고 해서 미국의 정책이나 제도가 다 시장적인 것은 아니다.

위기의 1차적 배경은 클린턴 이후의 미국의 주택정책이다, 신용이나 소득, 자산 여하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다 자기 집을 갖게 하겠다는 이런 정책이 과연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정책인가?

 

 

이 정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엄청난 확대를 가져오고 이것이 금융회사와 신용평가사의 도덕적 해이와 맞물려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금융상품의 안전성확보 및 정보체계 개선 등 금융소비자보호나 금융감독 차원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 중 무엇을 했나?

금번 위기의 다른 요인으로 지적되는 2000년대 초·중반 미국을 비롯한 주요 각국이 채택한 초저금리정책과 이 정책이 초래한 세계적 규모의 유동성잔치도 그렇다. 시장금리와 괴리된 이런 낮은 금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었 을까?

흔히 금번위기의 근원적 배경으로 중국 등 국제수지의 흑자국과 국제수지의 적자국인 미국 간에 존재하는 ‘세계적 불균형구조’가 거론된다.

이 구조는 소득에 비해 더 많은 소비를 하려는 미국 국민과 정부의 반시장적 행태와 정책, 그리고 국제수지의 흑자를 경제내부에서 순환시키지 않고 경제외부에 유출하고 그 결과 자국통화 가치의 저평가를 유지하여 인위적으로 높은 수출과 경제성장을 유지하려고 하는 중국 등의 반시장적 정책이 상호 맞물려 초래된 것 아닌가?

 

이와 같이 금번 위기의 주된 원인과 배경은 ‘시장경제시스템 자체의 실패’가 아니고 전형적인 ‘정부실패’다.

금융시장에 내재하는 불확실성, 파생금융상품의 제조와 유통과정에서의 정보비대칭성 등 일부 ‘시장실패’적 요소가 있지만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치유하는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있었다면 사전 방지 내지 위험의 최소화를 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무작위(無作爲)에 의한 정부실패다.

 

그런데도 문제발생의 원인과 배경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 채 위기 이후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시스템 자체의 실패를 거론하는 논의가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각국 정부가 중심을 못 잡고 이에 영합하는 등 시장경제시스템의 신뢰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진정 우려할 상황이다.

 

금번 위기의 배경과 원인에 대한 바른 인식과 반성이 오늘의 경제를 이해하고 장래의 경제를 설계하기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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