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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卽死 死卽生의 개성공단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0-06-18 조회: 3,193

 

한국경제 6월 18일자, A38면

천안함 사태 이후 5.24 선언에 천명된 대북한 제재내용 중 북한이 실질적으로 가장 아파할 것은 아마도 경제협력의 중단일 것이다.

그런데 교역의 중단과는 달리 경제협력의 핵심인 개성공단사업은 우리 정부 스스로도 분명한 입장을 정립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터에 오히려 북쪽이 폐쇄압박을 하고 있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벌어지고 있다. 차제에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고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면 일관성 있는 대북자세를 견지해 나가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필자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상징적인 경제협력 사업들을 보면서 “국가가 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말 할 것도 없이 국민의 안전을 내외의 위험과 위협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두 사업은 당초부터 문제가 생겨도 어떤 대안도 구제수단도 우리 측에게는 없고 북한 당국의 전적인 자의(恣意)에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위를 맡겨 놓는 구조를 갖고 출발했다.

금번 사태 이전에 이미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 벌어진 무수한 터무니없는 일들, 그리고 금번 사태 이후 북한의 태도는 그들의 속성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대북경제협력이란 명분과 실리가 국민과 기업의 안위를 지켜야 할 국가의 기본적인 직무를 대신해 줄 만한 것일까?

나라가 기본직무를 유기(遺棄)해 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사업과 관련하여 우리 측이 겪고 있는 고민은 주로 이전 두 정부에 의한 것이지만 우리 측이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이에 대한 반성이 없이 단기적이거나 경제적 시각만을 가지고 이 부분만은 적당히 봉합하고 또 저들의 억지를 수용하여 전체 남북관계를 재정립하는 데서 예외로 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더 큰 실패를 잉태하게 될 것이다.

문제가 이렇다면 대북경제협력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데서 개성공단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개성공단에서까지도 철수할 수 있다는 결단을 분명히 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 주지 않으면 어떤 대북관계 재정립 의지도 북측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손실은 회복 가능하지만 남북관계의 원칙과 기본을 다시 세우려는 나라의 의지가 입는 손상은 회복 불가능하다.

이런 우리의 각오와 자세가 분명하면 단언컨대 북한의 자세도 달라질 것이다. 북쪽으로서도 현재로서만 약4만 명의 일 자리와 한 해에 포기해야 할 약 4천만 불의 인건비가 그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 측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우리 남쪽이 입을 손실에 비해 북한이 입을 손실이 훨씬 크고 진행 중인 교역의 중단에 더해 북한경제에 치명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협상의 주도권은 당연히 우리가 가질 수 있다.

生卽死 死卽生, 살릴려고 하면 죽고 죽일 각오까지도 하면 오히려 살릴 수 있는 것이 개성공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 휴전회담의 초대 연합군 측 수석대표 「터너 조이」 제독이 그의 저서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 하는가>에서 설파한 바와도 같다.

천암함 사태를 계기로 극도로 악화돼 가는 남북관계는 4세기경 로마의 전략가 「플라비우스 베케티우스」의 유명한 경구(警句)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를 생각게 한다.

평화를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준비, 전쟁을 치를 각오 없이 지켜진 평화가 없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 주고 있다.

2차 대전 직전 영국의 쳄버린 수상이 히틀러와의 평화협약을 국민들에게 흔들며 국민을 고무시켰지만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으로 평화학은 곧 전쟁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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