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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터널은 정치적 프로젝트다 - 양국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하다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2-07-01 조회: 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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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터널매거진 12년 7월호>

한일터널은 정치적 프로젝트다
-양국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하다-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1.시작하는 말
역사적으로는 90여 년 전 이미 일본 군부에 의해 한일터널 건설에 관한 최초의 구상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군국주의 일본에 의해 대륙 진출의 수단으로 터널건설에 대한 구상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과거 일본의 그런 구상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날 우리가 생각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 한일터널건설에 대한 제의 즉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수단으로서, 또 대륙 간 평화고속도로 건설의 시발점으로서 한일터널 건설의 필요성은 1981년 통일교 문선명 총재에 의해 제창되었으니 이로부터도 벌써 30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간 일본 측은 일한터널 연구회를 중심으로 지질조사 등 주로 기술적 측면에 있어서 조사 연구가 진행돼 왔고 우리 한국 측에서는 민관의 다양한 연구기관과 학자들에 의해 주로 경제성 검토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는 주로 한국 정상들에 의해 한일 양국 정상회담 등에서 관심이 표현되거나 관련 제안이 이루어진 바 있으나 아직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추진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 이사업의 추진은 요원한 일 같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데는 기존의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한일터널 건설이 갖는 ‘정치적 프로젝트’ 로서의 본질적 성격과 다양한 측면에서 이 사업이 갖는 의미를 충분이 구명하지 못하고 있었던 데 연유하고 있다고 본다.
2010년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시장경제연구원이 세계평화터널재단의 위촉에 의해 「한일터널 건설의 타당성과 효과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를 시행하여 그 결과를 2011년 내놓은 바 있다. 이 연구는 바로 이러한 측면에 역점을 두어 연구를 수행했고 이 과정에서 연구의 범위와 방법, 그리고 연구결과가 자연스럽게 기존 연구들과 큰 차별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재단이 최근 「한일터널 건설: 그 타당성을 말 한다」라는 이름으로 이 연구의 요약 보급판을 펴내 여론 주도층에 광범위하게 배포함으로써 한일터널 건설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는 기반을 넓혔고 재단에 의해 베링해협터널 건설과 더불어 추진되는 이 거대한 구상이 실질적으로 진척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한일터널 건설은 ‘정치적 프로젝트’다.
한일터널의 건설은 기술적, 경제적 프로젝트로서의 모든 요소와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일관계를 넘어서는 국제정치와 외교․안보,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고 있는 복합적 성격의 사업인 동시에 양국 국민의 공감대 형성과 양국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인 결단이 있어야만 추진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아직도 건설의 실질적 추진이라고 할 만한 진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양국 국가지도자들에 의해 이 사업의 정치적 프로젝트로서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결단이 없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른 정치적 결단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기반, 그 중에서도 특히 한․일 양국 국민의 공감대의 형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느 것이 더 선행적 조건인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정치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유로터널」
1985년 사업의 구체적 기획이 이뤄지면서 1994년 개통되기까지 거의 10년의 건설기간이 소요된 유로터널(정식 명칭은 해협터널:Channel Tunnel)은 현재까지 두 나라 사이를 잇는 해저터널로서는 최대 규모의 것이며 20세기의 최대의 민간 토목공사다.
한일터널 건설에 관한 역사적 논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로터널 건설에 관한 논의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최초로 프랑스의 한 광산기술자에 의해 1802년 제안된 때 까지 거슬러 간다면 무려 200년 이상의 역사가 된다.
1867년 영․불 양국이 건설의 타당성조사를 위해 영불 공동위원회를 구성한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친 추진과 포기가 반복되다가 양국 정부에 의해 공동위원회가 다시 설립되면서 추진이 공식화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년 가까운 장구한 세월에 걸친 논의에 종지부를 찍고 이 거대한 역사적 사업이 실질적으로 착수하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시 영국에는 대처수상, 프랑스에는 미테랑 대통령이라는 걸출한 국가지도자가 있었고 이들이 1982년에 내린 이 역사(役事)의 착수에 대한 정치적 결단 때문이었다.

3. 한일터널 건설에 있어서 정치적 결단이 갖는 다양한 의미
한일터널이 건설된다면 우선 규모에 있어서 유로터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될 것이다. 아무리 그간의 기술발전을 감안하더라도 유로터널보다 훨씬 힘든 공사과정과 긴 공사기간,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할 것이다.
앞의 연구는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 노선과 공사방법을 조합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가지 최적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바 대안에 따라 공사 연장이 최단 278km에서 최장 352km에 이르고 공사비는 최소 66조원에서 최다 9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사의 규모와 투자소요, 그리고 재원조달에 따르는 다양한 문제만 보더라도 우선 양국의 국가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한일터널 건설의 경우도 이런 측면에 대해 엄밀한 검토와 조사, 연구가 선행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시행 여부의 결정과정에서 이 부분의 핵심적 사항은 기술적 시행 가능성을 포함한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검토다. 이 경우 대부분 장기간의 사업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수익이 투자금액을 초과하는, 즉 투자수익률(B/C ratio)이 1을 넘을 것을 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경우 특히 양국의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을 필요로 하는 정치적 프로젝트라고 성격규정을 한다면 구체적으로는 시행 여부의 최종 결정 조건을 위에서 서술한 경제적 타당성을 넘어서 다양한 측면에서 동시에 찾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오히려 기술․경제적 측면 보다 앞으로 언급할 다양한 측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인식과 고려, 그리고 능동적 대응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며 종합적으로는 국가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으로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첫째는 외교․안보적 측면이다.
21세기 이후 국제질서의 변화의 방향이나 의미를 전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이미 확실하게 구체화되고 있는 것은 첫째는 중국의 부상과 양극체제의 등장이며, 다음으로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도래다.
이러한 상황의 전개는 특히 한․일 양국 입장에서는 국가의 미래가 결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기적 요소인 동시에 엄청난 기회의 요소이기도 하다.
당연히 한일 양국의 외교․안보적 과제는 중국의 부상에의 대응방향과 동아시아에서의 지역 간 협력의 강화 나아가 지역공동체의 형성문제로 요약된다.
여기에 더해 우리 한국으로서는 지상의 과제인 북한 리스크의 관리 및 한반도의 통일 과제가 있다.
양국의 국가지도자들이 이러한 측면에서 장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결단을 가지고 대처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 가야만 변화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지속적 발전 모멘텀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일터널의 건설은 단일 프로젝트로서 한․일 양국이 이러한 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유효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그것은 한일터널 건설이 본격적 추진이 이러한 질서의 변화와 새로운 질서의 형성에 미칠 영향과 의미를 생각해 보면 자명하다.
대강 생각만 해 봐도 한일터널 건설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여 반드시 있어야 할 한․일 연대 강화의 실질적이고 가장 가시적인 사업으로서의 효과를 나타낼 것이고, 중국과 한반도의 상호의존을 심화시켜 지역질서를 존중하도록 하는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중층적 협력관계의 추진 등 소다자주의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상대화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터널의 건설은 또한 동아시아에 있어서 지역공동체 또는 지역통합 촉진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고 이 프로젝트를 통한 물류 교통망의 확충은 한․중․일 3국간 내셔널리즘을 방지하고 물리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완충기제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의 리스크 관리와 평화정착과 관련된 측면이다.
이상의 서술은 한일터널 건설이 한․일 양국 간의 연결에 그치지 않고 이 철도가 남북한을 경유하여 TCR 및 TSR과 연결되고 궁극적으로는 유럽과도 연결되는 유라시아 철도의 완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물론 현재와 같은 경색된 남북관계 하에서는 이런 구상의 실현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한일터널 건설 논의에 새장이 열려 그 추진이 구체화 된다고 하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남북관계는 어떤 형태로던지 긍정적 변화의 과정을 걸어 상기와 같은 구상이 실현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에 다가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필자도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일터널 건설의 추진은 다양한 측면에서 남북문제의 선행적, 근본적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다.
터널의 건설은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비롯한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몽골, 미국 등과의 물류 교통망 확충의 일환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건설 과정에서부터 국제적 공조체제가 유지되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이 나라들의 영향력이 작용할 것이고 건설에 주변국 자본의 유입이 이뤄지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남북 경제교류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동시에 터널 건설의 추진은 한반도 평화 및 통일에 대한 일본의 관심과 역할의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요컨대 한일 터널 건설에 있어서 현재의 남북관계는 큰 제약요인으로 비춰지나 이 프로젝트의 추진은 직·간접적으로 그 제약요인의 근본적 해소에 기여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는 한일관계의 근본적 개선이란 측면이다.
과거사 문제, 독도 문제 등 한일 관계의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제약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 변화가 오지 않으면 터널 사업의 추진의 전제가 되는 양국 국민의 공감대형성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양국이 언제까지 이런 문제에서 오는 갈등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계사의 흐름의 변화 속에서 동아시아의 중심국가인 두 나라에 다가오는 새로운 기회의 장을 외면할 것인가?
물론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일본의 대승적 차원의 자세의 변화를 바라지만 현재의 일본의 의식구조나 행태를 보면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과거 일본의 침략에서 받은 피해자로서의 인식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적극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쥘 필요는 없을까?
오랫동안 후진적 경제·산업구조와 그 결과인 대일무역역조에서 오는 경제적 열등감이 유지돼 왔으나 이제는 이런 열등감을 완전히 떨쳐 버려도 좋을 정도로 글로벌 경제에 있어서 우리 경제와 산업, 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에 더해 그간의 양국 간 문화교류의 확대과정에서 우려했던 일본문화의 무분별한 과잉유입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한류 현상이 지배하고 있고, K팝 등에의 세계적 열광 등에서 보는 우리 문화적 우월성은 우리로 하여금 경제적 위상의 변화에 더하여 소극적, 피해자적 대일 인식에서 벗어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양국 간 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경제적, 문화적 우위성을 상실한 기간은 조선조 중후반 일부기간과 일본에 예속된 기간을 포함하여 우리가 세계경제에서 오늘의 위치를 점하기 이전까지의 극히 짧았던 기간에 불과하다. 그간 한국경제가 적극적인 국제화 과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온 과정이나 한국 문화의 세계화 현상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대일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데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 하고 있다.
이렇다면 터널 건설의 추진은 한일관계의 역사적 대전환의 상징으로서 한일관계를 과거 회기적 패러다임에서 ‘미래지향적 호혜협력의 패러다임’으로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넷째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 사업의 정치적 프로젝트로서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유러터널 운영 10년의 역사는 이 역사적 프로젝트가 영·불 양국은 물론 유럽 전체의 발전에 미친 거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민간 자금에 의해 건설되고 「유러터널 주식회사」라고 하는 민간 기업에 의해 상업적 베이스에 의한 운영이 이루어졋다. 그 결과 많은 문제점이 초래되었다. 특히 엄청난 누적적자로 사업의 성공여부를 회의하게 되었고 결국 양국 정부의 경제적 역할이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결과가 초래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양국 지도자 대처와 미테랑, 또 그들이 이끄는 정부가 이 사업에 대해 부분적으로라도 직접 재정을 투입할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고, 정부가 직접 재정적 부담을 지지 않음으로서 일반 국민이나 반대자들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또 당시 이 사업에 대한 경제성 검토 과정에서 투자 소요의 과소 계상, 이용 고객의 과다 예측 등으로 예상 수익이 부풀려져 있어 정부의 직접적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이런 결정은 이 사업의 성격에 비추어 양국 정부가 해야만 했던 바람직한 역할이란 관점에서 보면 어려운 결단에 상응할 만한 적절하고도 충분한 결단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철도건설의 투자재원을 건설 후 운영과정에서 기차표를 팔아서 전부 회수하려는 계획이나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철도 건설은 계량화하기 어려운 효과, 즉 경제적으로도 파급효과 내지 간접효과가 있고 이에 더하여 비경제적 효과가 크다. 따라서 이런 효과에 상응하는 정부의 일정한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일반화 돼있다. 그래서 최근 철도의 시설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지고 운영은 민간에 맡기되 건설재원 중 상당부분을 시설사용료 형태로 회수하면서 운영의 효율을 높이려 하는 방식, 소위 철도의 상․하 분리 방식이 보편화 되고 있다.
일반철도나 보통의 고속철도의 경우도 그러한데 훨씬 더 다양한 측면의 효과가 고려돼야 할 이 사업의 경우에는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경제적 측면에서 일정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때 그 중심은 이상의 방식을 포함하여 투자재원의 조달을 위한 다양한 대안 중에서 선택될 것이다. 또 직접적 부담뿐 아니라 다양한 제도적, 행정적 방법에 의한 간접지원도 검토될 수 있다.
유러터널 건설에 대한 결단을 영·불 양국정부가 내릴 때 그 결단의 내용 중에 이러한 내용이 충분히 포함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고 만약 그랬더라면 그 결단은 더욱 빛을 발휘했을 것이다.

한일 터널의 경우 정부 차원의 결심이 있다면 현 단계에서 우리 한국 측으로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사실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선행투자로서 우리 측 해역에 대한 정밀한 지질 검사를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역할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정부의 후속 조치도 뒤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4. 한국 측의 정치적 결단이 우선 중요하다
이러한 정치적 결단이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에 의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일방의 우선적 역할이 필요하다면 필자는 우리 한국의 지도자들의 결단이 선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선 일본의 경우 경제와 재정을 포함한 국가의 종합적 상황이 매우 어려운 형편에 있고 국가적 의사결정 구조도 취약한 상황에 있다. 일본 특유의 정치 시스템의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국민 일반의 진취적 기질도 매우 취약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의 큰 물결 속에서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주도해 갈 만한 국가적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매우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오늘의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을 대체로 정확히 인식하고 국정의 여러 분야에서 이를 수용해 나가고 있다. 중요한 국가적 문제에 대해 필요한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국가적 의사결정구조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경제적 성과와 문화교류 확대에서 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 시대의 중심적 역할을 맡아 한일 양국의 보다 긴밀한 협력 기반을 정립하고 종국에는 중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협력체의 형성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데 적절한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특히 대일 관계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과거회귀적인 자세나 소극적이고 피해자적인 역사인식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의 설정을 충분히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런 우리의 위치와 역량을 십분 발휘해 간다면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과 새로이 형성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의 좌표를 적절히 정립하고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국가 이익에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5. 마치는 말
한일터널 건설은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진 한·일 양국지도자들의 이 터널 건설의 과정과 결과가 가져올 다양한 측면의 효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결단이 없이는 추진되기 어려운 과제다.
터널 건설에 대한 양국의 국민적 합의 형성이 이런 정치적 결단의 선행조건이지만 이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것도 국가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에 이해 당사국들의 이해와 지원이 꼭 필요하겠지만 이를 이끌어내는 것도 역시 정치적 결단의 영역일 것이다.
한일 양국의 국가지도자들에게서 이런 의미의 정치적 결단이 조속히 내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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