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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경제과제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3-05-15 조회: 1,800
피스터널매거진(13.5월호).hwp피스터널매거진(13.5월호).hwp

<피스터널매거진 13. 5월호>

 박근혜 정부의 경제과제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김인호
 
수많은 구조적이고도 중요한 경제과제들이 박근혜 정부의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창조경제의 실현, 경제의 민주화의 달성, 추가 증세는 없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복지의 수요의 충족, 괜찮은 일자리 창출로 70% 수준의 고용률 달성, 인구 고령화 추세의 개선,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구조의 변화에의 효율적 대응 등이 그것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문제의 해결, 가계부채 문제의 해소, 소위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의 평가절하에 따르는 통화가치의 변동과 수출경쟁력의 저하에의 대응 등 당면 과제들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없다.

새 정부가 너무 많은 중요한 경제정책과제들을 임기 내에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무엇을 더 추가해서 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박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이런 경제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꼭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전제와 인식, 그리고 이런 과제들을 풀어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에 대한 몇 가지 충언을 하는 것으로 본고의 집필목적을 다하기로 한다.

첫째는 박근혜 정부가 맞이하고 있는 경제정책환경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의 증대, 국내 경제 활력의 저하, 경제의 민주화, 복지수요의 증대를 비롯한 국민의 다양한 욕구의 폭발로 요약된다.
그 어느 때보다 이런 정책 환경에 대한 최고 정책결정자의 정확한 인식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이다.

최근에 와서 전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재정위기로 여전히 암울한 전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경제를 제외하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경제는 적어도 경기순환적 측면에서는 다소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그런데 돈이 너무 풀려서 초래된 측면이 있는 오늘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또 다시 돈을 더 풀어서 수습하고 그 결과 경기적 측면에서 상황이 좀 호전된다고 해서 세계경제를 심각한 곤경에 몰아넣은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의 길로 들어선다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실체이며 이 불확실성이 언제 구체적인 또 다른 경제위기의 모습으로 우리 경제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즉 위기의 구조화, 상시화를 전제로 경제운용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선 과정에서는 쟁점으로 별로 부각되지 않았던 우리경제의 활력의 저하는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10대 기업이 105조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전체 상장회사가 83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내부유보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이 적절한 투자활동을 주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미 정부 스스로 당초의 성장 전망치를 3%대에서 2.3% 수준으로 낮추었다.
이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실현과 중소기업위주의 정책방향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 방향이 제도와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경제 활력의 증진으로 그 열매를 거두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경제 활력 회복의 시급성, 국민적 기대가 그렇게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줄 것인지 의문이다.

대통령선거라는 정치과정을 겪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분출하고 있던 국민의 경제적 욕구는 가히 봇물처럼 터지고 있고 이를 제어할 어떤 힘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원래 ‘경제의 세계에는 공짜 점심과 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내 놓아야 하는 법인데 이 평범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경제의 기본진리가 우리 경제에서는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모든 국민에게 이르기까지 실종해 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더하여 경제운용을 하면서 새 정부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이의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박근혜 정부가 해결하겠다는 모든 과제들은 상호 긴밀하게 관련이 있는 동시에 때로는 상호 모순과 갈등의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는 그 어느 것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지 않고 동시적으로 풀어가겠다고 이미 공약한 바 있고 또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
마치 초(超)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가는 것에 비견된다.
‘경제운영의 기본 틀’에 대한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경쟁력에 대한 최우선적 고려를 해야 한다. 그런데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만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의 확충을 진정 원한다면 우리 경제의 모든 부문을 보다 경쟁적 구조로 바꾸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경주되어야 한다. 새로운 성장 동인은 이 과정에서만 얻어질 것이다.

둘째는 소비자 내지 수요자 중심의 사고가 자리 잡지 않으면 상충적, 갈등적 경제문제들을 동시에 풀어 갈 수 없다. 예컨대 논란이 많은 경제 민주화도 이를 경제적 민주주의 즉 경제의 최종수요자인 ‘소비자가 선택하는 경제’의 실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때에야 비로소 경제민주화에 대한 많은 쟁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와 떠나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과제의 글로벌한 이해와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하지 않은 어떤 정책이나 제도도 버릴 각오를 해야 하고 글로벌한 것이면 어떤 것도 수용하겠다는 자세만이 한국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넷째는 매우 유연하고 자유스러운 경제운영의 필요성이다. 이것이 우선 상시화, 구조화된 세계경제의 위기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가 일일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경제의 구조적 왜곡과 경직을 심화시키기 마련이고 이런 경제구조로는 우리 힘 밖에서 일어나는 위기적 상황에 대응할 수 없다.  또 박근혜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창조경제의 실현도 매우 자유스럽고 유연한 경제구조 하에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경제문제에 대한 프로젝트성 대응을 지양하고 통합적이고 시스템적 접근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아마도 새 정부가 경제부총리 제도를 신설한 것은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것으로 보인다. 시의적절한 조치이지만 경제운용의 전 흐름이 그런 방향이어야만 한다.

이상과 같은 방향으로 경제를 운용한다는 것은 시장과의 관계에서 정부의 역할, 기능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장경제의 본질을 살리면서 그 틀 안에서 정부의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결단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의 경제과제는 바로 이것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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